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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하시는 은혜

by coven21 202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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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오늘이라는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마음은 어제의 무게를 여전히 끌고 있었다. ‘정말 하나님은 나를 알고 계실까?’—이 질문이 조용히 내 마음 한켠에서 속삭였다. 그러다 문득, 여호수아 3장 7절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오늘부터 시작하여 너를 온 이스라엘 목전에서 크게 하여,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는 것을 그들이 알게 하리라.”

말 그대로다. 하나님은 알게 하신다. 숨기시는 분이 아니라, 드러내시는 분이시다. 그것도 내가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과시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당신의 사람을 드러내실 때, 아주 자연스럽고 분명하게 그렇게 하신다.

 

이건 말로 되는 게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는 은혜다. 누가 억지로 퍼뜨리는 조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님이 직접 알게 하시는 복이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나의 영적인 상태를 느낀다. 말 한마디 없었는데도, 내 안에 담긴 복음이 조용히 전해진다. 그게 진짜 소문이다.

 

 

가짜 루머는 세상이 만들어낸다. 그러나 하나님이 흘리시는 소문은 다르다. 그것은 본질에서 나오는 향기다. 생명에서 퍼지는 진동이다. 여호수아가 그랬고, 라합이 그랬다. 낮은 자였지만 하나님은 그녀를 들어 높이셨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인. 기생 라합. 그러나 하나님은 그 한 사람을 통해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는 서사를 준비하셨다.

 

라합은 준비된 사람이었다. 단지 준비된 정도가 아니라, 복음을 품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성경에서 보게 되는 수많은 인물들, 그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평균 이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들어 쓰신다. 왜?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내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여호수아가 크게 되는 건, 그가 스스로 위대해서가 아니다. 하나님이 “오늘부터 너를 크게 하겠다”고 하셨기에 가능했다. 출발은 ‘하나님이 하시겠다’는 그 말씀이었다. 그 말씀 위에 세워진 인생은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나를 드러내려 애쓰는 삶은 항상 흔들린다. 인정받지 못하면 무너지고, 비교당하면 낙심하게 된다.

 

그런데 하나님의 일하심은 다르다. 그분은 시간표를 따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역사하신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준비된 자인가 하는 것이다. 라합처럼 준비되어 있는가? 여호수아처럼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상태인가? 겉으론 평범하지만, 속엔 언약이 각인된 사람.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은 세상을 뒤집는다.

 

정탐꾼 두 명이 라합에게 들어갔을 때, 라합은 이미 소문을 듣고 있었다. “우리가 들은 바로는, 너희 하나님이 여리고 앞에서 홍해를 가르셨고, 아모리 족속들을 무찌르셨다.” 이 말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녀의 내면에 복음이 스며들고 있었다는 증거다. 들을 줄 아는 사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제자다.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괜히 과시하려고 입을 열지 않아도, 내 안에 감춰진 복음의 생명력이 조용히 흘러가길. 내가 예수의 소문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통해 예수의 소문이 퍼지는 사람이 되기를.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교회도 마찬가지다. 안디옥 교회처럼, 사람들이 흩어졌지만 그 안에 복음이 각인되어 있었기에 복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퍼졌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교회는 소문만 무성한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 알게 하시는 교회다.

 

가끔은 두려울 때도 있다. 내가 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이 작은 기도가 과연 의미가 있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는 스스로 성결하게 하라. 여호와께서 내일 너희 가운데 기이한 일을 행하시리라.” 하나님은 내일을 준비하고 계신다. 우리가 스스로 정결함을 준비할 때, 하나님은 이미 일을 시작하신다.

 

그 말씀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내게 필요한 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순종. 요단강 앞에 설 때, 발을 담그는 그 용기. 내가 한 발 내딛는 순간, 물이 멈추는 역사는 하나님이 하신다. 믿음의 첫 발. 새로운 시작. 그리고 그 시작의 땅에서 기적이 시작된다.

기도의 망대를 쌓고 싶다. 매일, 작게라도. 말씀의 망대를 세우고 싶다. 서툴더라도. 하나님 나라의 망대를 하나하나 세우는 삶. 그것이 진짜 사는 길이 아닐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하나님이 알게 하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먼저 복음을 가지고 서 있을 때,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승리의 길이 열릴 것이다. 하나님이 여호수아를 그렇게 사용하셨고, 라합을 통해 기적을 시작하셨듯이.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서고 싶다. 나도 소문난 제자가 되고 싶다. 라합처럼, 여호수아처럼. 단순한 명성이 아니라, 복음이 스며 있는 존재로. 그 안에 있는 진짜 감격이 포럼이 되고,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말씀처럼 들리는 그런 제자로.

 

오늘부터, 그 언약이 내 안에서 시작되기를. 내가 발을 내딛는 순간, 하나님이 기적을 일으키시기를. 믿음으로 한 발 내디딘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기이한 일의 시작이 되기를.

하나님은 내가 알리려 하지 않아도, 내가 받은 사랑과 언약을 알게 하시는 분이시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따라간다. 마치 소문을 따라 걷듯, 말씀을 따라 나아간다. 그 길 끝에서, 나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드러내셨다는 걸. 그리고 그분이 모든 것을 시작하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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