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수많은 무리 가운데서도 우리를 택하시고, 부르시고, 함께하시며, 전도의 사명 가운데 우리를 세우십니다. 마가복음 3장 7절부터 19절까지의 말씀은 그 부르심의 현장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갈릴리뿐만 아니라 유대와 예루살렘, 이두매, 요단강 건너편, 두로와 시돈 지역에서도 몰려왔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능력을 보고 싶어 했고, 병자들은 만지기만 해도 고침받을 줄 알고 예수께 몰려들었습니다. 심지어 더러운 귀신들조차 예수님을 보면 두려워하며 엎드려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사람들 중엔 예수님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한 이들도 많았지만, 귀신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소문이나 현상, 군중의 열광에 휘둘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산에 올라가셔서, 그 가운데 자기가 원하시는 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주님은 부르셨고, 그들이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부르신 것은 단순한 제자 모집이나 인간적인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말씀은 "이에 열두를 세우셨으니"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세우셨다’는 말은 단순히 불러모았다는 뜻이 아니라, 창조하셨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곧 예수님께서 우리를 제자로 ‘만드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것처럼, 지금도 말씀으로 우리를 제자로 다시 빚으십니다. 주님은 우리를 그냥 뽑은 것이 아니라, 사명을 주시기 위해, 함께 있게 하시기 위해, 전도하게 하시기 위해, 귀신을 내쫓는 권능을 가지게 하시기 위해 새롭게 창조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자’일 뿐 아니라, ‘제자로 창조된 존재’임을 믿어야 합니다. 내 정체성은 과거의 상처나 실패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부르심 안에서 주어진 새로운 창조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우신 목적은 분명합니다. 그들이 먼저 주님과 함께 있게 하셨고, 그 다음에 보내사 전도도 하게 하시며, 귀신을 내쫓는 권능을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제자는 먼저 주님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이는 곧 예배와 기도, 말씀 속에 거하는 삶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 위에 하나님은 전도와 선교라는 사명을 주십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능력이나 전략이 아닌, 성령이 주시는 권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전도는 나의 방법으로 이루는 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며 주님이 예비하신 자를 만나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도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보내시고, 그 현장에서 이미 일하고 계시는 주님께 순종하는 것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하나하나에게 이름을 부여하셨습니다. 시몬에게는 베드로란 이름을 더하셨고, 이는 반석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믿음을 반석이라 인정하셨고, 그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는 고백은 오늘날 우리도 동일하게 붙잡아야 할 반석입니다. 나의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은 상황이나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를 분명히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나의 참 제사장으로서 죄를 단번에 사하셨고, 참 선지자로서 나에게 길을 가르쳐 주시며, 참 왕으로서 마귀의 권세를 꺾으시고 승리를 주시는 분입니다. 이러한 고백이 나의 삶의 중심이 될 때, 어떤 환경이나 공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의 신앙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야고보와 요한에게는 ‘보아너게’ 곧 ‘우레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주어졌습니다. 이 이름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기질과 열정을 사용하시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성격과 배경, 성향을 그대로 사용하십니다. 그것을 변화시키기보다는, 복음 안에서 선하게 다듬고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안드레, 빌립, 바돌로매, 마태, 도마, 야고보, 다대오, 시몬, 그리고 가룟 유다까지 모두 주님께서 아시고 부르셨습니다. 가룟 유다조차도 예수님은 그의 미래를 아셨지만, 그를 제자 그룹에 포함시키셨습니다. 주님은 사람의 겉모습이나 지금의 상태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시며, 오히려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꿰뚫어보시고, 그를 부르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는 안 돼”, “나는 자격이 없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나를 부르신 주님의 계획 안에서 자신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 부르심은 단지 개인의 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오늘날에도 마가복음 3장의 제자들처럼 우리를 부르시고, 사도행전 13장처럼 한 팀을 이루게 하십니다. 안디옥 교회에는 바나바, 시므온, 루기오, 마나엔, 사울 등 배경도 지위도 다른 다섯 명의 리더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마음으로 주님을 섬기고, 금식하고, 기도하며 성령의 인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이들에게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워 내가 부르게 한 일을 하게 하라”고 명령하셨고, 그들은 순종하여 두 사람을 파송했습니다. 이는 복음전파를 위한 ‘5인 1조’ 선교팀의 탄생이었으며, 인종과 계층, 성격이 달라도 한 성령 아래 하나가 되어 선교에 헌신하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도 이와 같은 응답을 누려야 합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는 바로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공동체입니다. 전도 시스템, 제자 시스템, 선교 시스템을 통해 복음이 살아 움직이며, 각 사람은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 안에 내가 속할 수 있도록, 주님은 나를 창조하시고 보내시며, 함께하시고 권능을 부여하십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순종하며, 나를 통해 이루어가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예배의 자리에 세우시며, 전도의 현장에 보내십니다. 그 부르심은 우연이 아니며, 단순한 인간의 선택이 아닙니다. 그것은 창조입니다. 전도자로, 선교자로, 시스템 속에서 쓰임받을 사람으로, 하나님은 오늘도 나를 새롭게 창조하고 계십니다. 나는 주님과 함께 있고, 주님께서 보내시는 곳에 가며, 주님께서 주신 권능으로 사역하고, 결국 하나님 나라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이 부르심 앞에 감사함으로 서며, 주님의 계획 안에서 오늘도 응답의 길을 걸어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