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도행전 2장 1~14절, 어린이도 재밌게 읽는 이야기

coven21 2025. 12. 4. 17:38
반응형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온 날

예루살렘의 아침은 보통 조용했어요. 돌길 사이로 햇빛이 살짝살짝 내려앉고, 장에 나가는 사람들이 빵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건네던 날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어요. 공기가 마치 “곧 중요한 일이 일어날 거야” 하고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멀리서 비둘기가 날아올라 지붕 위에 앉고, 시장의 상인들도 이유를 모르는데 마음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날은 바로 오순절이었어요. 오순절은 유대인들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기도하는 큰 절기예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가득 모여 있었지요.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말도, 옷도, 음식도 조금씩 달랐어요. 마치 큰 축제마당 같았어요. 그런데 축제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조용한 다락방에 모여 있었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가시기 전에 이렇게 약속하셨거든요. “너희가 곧 성령을 받을 거야. 그러면 너희는 힘을 얻고, 세상 끝까지 나를 전하게 될 거야.” 성령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특별한 도우미예요. 마음을 담대하게 해 주고, 길을 보게 해 주고, 진짜로 해야 할 일을 하게 도와주는 분이지요.

 

제자들은 그 약속을 믿고 기다렸어요. 어떤 날은 마음이 든든했지만, 어떤 날은 살짝 무서웠어요. 왜냐하면 예수님이 곁에 계시지 않으니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들은 함께 모여 기도했어요. “주님, 약속하신 성령을 보내 주세요.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게 도와 주세요.” 서로의 손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찬양을 부르기도 했답니다.

 

그러던 바로 그때였어요. 갑자기 쌩—! 하고 바람 같은 큰 소리가 집 안에 가득 찼어요. 창문이 열려서 바람이 들어온 게 아니에요. 바람이 “밖에서 안으로” 스며든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것 같았어요. 벽에 걸린 등잔이 살짝 흔들리고, 옷자락이 바스락거리고, 심장은 북처럼 둥둥 울렸지요. 그리고 눈앞에 아주 신기한 일이 더 일어났어요.

 

작은 불빛이 쪼개져서 한 사람, 한 사람 머리 위에 내려앉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불이었지만 뜨겁지 않았고, 무섭지 않았어요.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안해졌어요. “아, 드디어 오셨구나!” 제자들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지요. 성령께서 약속하신 때에 오신 거예요.

 

 

그러자 정말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제자들이 갑자기 배운 적 없는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한 거예요. 마치 입술이 새로운 노래를 기억해 낸 것처럼, 마음속에 있던 감사와 기쁨이 말이 되어 술술 흘러나왔어요. “하나님이 하신 큰 일이 너무 놀라워요!” “예수님은 살아 계세요!” “우리는 이제 두렵지 않아요!” 이 메시지들이 여러 나라의 말로 흘러나왔답니다.

 

그때 다락방 밖, 거리에는 오순절을 맞아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가득했어요. 바대, 메대, 엘람, 메소포타미아… 이름만 들어도 멀리 있는 나라들이지요. 사람들은 제자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멈춰 섰어요. 그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요. “어? 저 사람들 갈릴리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우리 고향말을 그렇게 똑같이 하지?” 어떤 아저씨는 놀라서 빵을 떨어뜨렸고, 어떤 아주머니는 친구 손을 꽉 잡았어요. “이건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물론 다들 그렇게 놀란 건 아니에요. 사람 많은 곳에는 꼭 장난치듯 말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에이, 저 사람들 새 술 마신 거 아냐?” 하고 웃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마치 아주 어려운 피아노 연주를 누가 멋지게 했는데, “어? 그냥 버튼 누른 거겠지?” 하고 말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진짜를 아는 사람은 알아요. “아니야, 이건 진짜야. 저건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야. 하나님이 하신 거야.”

그 순간, 제자 중에서 베드로가 일어섰어요. 베드로는 마음이 뜨겁고 솔직한 사람이었지요. 예전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다가 많이 울었던 일도 있어요. 실수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었어요. 베드로는 열한 제자와 함께 서서 큰 목소리로 말했어요. “유대인 여러분, 그리고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 지금 일어난 일, 잘 들으세요.”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고, 말은 분명했어요. 베드로는 변명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취한 게 아니에요!” 하고 소리치지 않았지요. 대신 차분하게 하나님이 오래전부터 약속하신 말씀을 설명했어요. “옛날에 선지자 요엘이 말했잖아요. 하나님이 마지막 날에 모든 사람에게 을 부어 주시겠다고요. 지금이 바로 그때예요. 하나님께서 약속을 지키셨어요.”

 

 

사람들은 조용해졌어요. 제자들의 입술에서 나온 말이 마음의 문을 살짝, 아니, 꽤 많이 열어 버렸거든요. 누군가는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길이 있었네” 하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혹시 나도 하나님께 사랑받는 사람일까?” 하고 마음이 찡했지요. 누군가는 부끄러워 머리를 푹 숙이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어제까지는 예수님을 못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하나님께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오늘 열려 있으니까요.

여기서 잠깐, 어린이 친구들이 헷갈릴 수 있는 단어들을 살짝 정리해 볼까요?

 

  • 오순절: 유대인의 큰 절기예요. 감사하고 기뻐하는 날이에요.
  • 다락방: 집의 위층에 있는 방이에요. 조용히 모이기 좋지요.
  • 성령: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보이지 않는 도우미. 우리의 마음을 용감하게 하고, 올바른 길을 보게 해 주세요.
  • 방언: 배운 적 없는 나라 말이지만,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말하게 된 언어예요. 그날은 “하나님의 큰 일”을 전하려고 특별히 주신 선물이었지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어떤 소녀는 엄마 손을 잡고 속삭였어요. “엄마, 저 아저씨들 말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요. 가슴이 뜨거워요.”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래, 나도 그래.” 옆에서 듣던 할아버지는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나는 오늘, 정말 오랜만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단다.”

그날 일어난 일은 단지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어요. 제자들은 더 이상 숨어 있지 않았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예수님을 전할 거야” 하고 결심했지요. 왜냐하면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성령께서 함께하신다는 것, 그분이 말하게 하시고, 용기를 주시고, 길을 열어 주신다는 것을 마음 깊이 경험했어요. 마치 깜깜한 방에서 갑자기 전등 스위치를 켠 것처럼, 눈앞이 환하게 보였지요.

 

이제 우리도 살짝 생각해 볼까요? “나는 왜 가끔 용기가 없을까?” “친구가 힘들어 보이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기도해도 하나님이 듣고 계신지 잘 모르겠어.”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제자들도 그랬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겁쟁이를 혼내지 않으세요. 오히려 도와주려고 다가오세요. 그래서 성령님을 “위로자”라고도 부릅니다. “괜찮아, 너 혼자가 아니야. 내가 함께할게.” 하고 말하시는 분이에요.

 

그날 이후, 예루살렘에는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 생겨났어요.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 친절해졌고, 더 기도하게 되었고, 진실을 숨기지 않고 말하게 되었어요. “나는 예수님을 믿어요.” “나는 예전에는 두려웠지만, 이제는 용기를 내 볼래요.” “나는 오늘부터 작은 선을 시작할 거예요. 쓰레기를 주워 담을 수도 있고, 혼자 앉아 있는 친구에게 먼저 인사할 수도 있어요.” 이런 변화가 기적의 진짜 열매였어요. 멋진 불꽃처럼 번쩍이는 순간보다, 마음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일상의 기적이 더 오래가고 더 아름다웠지요.

 

어떤 아이는 집에 돌아가 이렇게 일기를 썼대요.
“오늘 시장에서 이상한 바람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놀라서 모여들었다. 그러나 나는 무섭지 않았다. 그 바람이 나에게도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넌 사랑받는 아이야. 넌 혼자가 아니야. 네가 좋은 일을 선택할 때마다 내가 도와줄게.’ 나는 그 말을 믿고 싶다. 그래서 내일 학교에서 먼저 인사를 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제 빌려서 아직 돌려주지 못한 지우개도 꼭 돌려줄 것이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빛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그 아이의 친구라면 뭐라고 대답해 줄까요? “그래, 너는 이미 누군가의 빛이야!” 하고 말해 주면 좋겠지요. 하나님은 작은 빛도 소중히 보세요. 작은 친절, 작은 용기, 작은 기도, 작은 진실. 그 작은 것들이 모이면 큰 사랑이 된답니다.

다시 베드로로 돌아가 봐요. 베드로는 그날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했어요. “여러분, 우리는 술 취한 게 아니에요. 지금은 아침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건 하나님이 약속하신 성령이 오셨기 때문이에요.” 베드로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예요. 자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보여 주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는 자신이 약하다는 걸 잘 아니까요. 그래서 하나님을 더 의지했어요. 약한 사람이 하나님을 의지할 때, 그 사람은 진짜로 강해져요. 그게 성령님이 주시는 용기예요.

 

 

혹시 너도 “나는 잘하는 게 별로 없는데…” 하고 속상할 때가 있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님은 “잘하는 것”보다 **“맡기는 마음”**을 보세요. “하나님, 저는 작아요. 하지만 제 작은 손을 잡아 주세요. 오늘 한 가지 좋은 일을 할 용기를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성령님이 도와주실 거예요.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 한 가지가 다음 한 가지를 불러오고, 또 그다음 한 가지를 불러와서, 어느새 너의 하루가 빛나는 이야기로 바뀔 거예요.

 

그날 다락방에 임한 성령은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진 게 아니에요.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에 불어와요. 우리가 가끔 “마음이 따뜻해졌다” “왠지 용기가 생긴다” “오늘은 진실을 말해야지!” 하고 느낄 때가 있죠? 그게 바로 성령님이 도와주시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밖에서는 ‘쌩—’ 하는 큰 소리로 들리지 않아도, 마음 안에서는 분명히 느낄 수 있어요. “괜찮아. 일어나. 너는 사랑받는 사람이야.”

이제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우리 삶과 연결해 볼게요.

 

첫째, 기다리는 시간도 선물이에요. 제자들은 금방 성령을 받은 게 아니에요. 기도하며 기다렸어요. 기다림은 심심한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에요. 우리가 시험을 준비할 때, 피아노를 연습할 때, 친구와 사이가 서먹할 때—그 기다림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자라게 하세요.

 

둘째, 혼자보다 함께가 더 좋아요. 제자들은 함께 모여 기도했어요. 두려움도 나누면 작아지고, 기쁨도 나누면 더 커져요. 우리도 가족과, 친구와, 선생님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요. “나 오늘 조금 무서웠어.”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가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하고 답할 거예요. 그 순간, 이미 기적이 시작된 거예요.

 

셋째, 작은 선행이 큰 증거가 돼요. 예수님을 전한다는 건 꼭 큰 소리로 설교하는 것만 뜻하지 않아요. 넘어져 있는 친구를 일으켜 주는 손, 혼자 앉은 아이 옆자리를 내어 주는 미소, 잘못한 일을 솔직히 말하는 용기—이 모든 게 “나는 빛을 따라 살 거야”라는 멋진 증거예요.

 

넷째, 진짜 용기는 두려움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바른 길을 고르는 것이에요. 제자들도 무서웠어요. 하지만 성령님이 주신 힘으로 바른 말을 선택했지요.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하루에 한 번, 용기를 선택해 보세요.

 

다섯째,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세요. 오래전 예언이 그날 이루어졌듯이,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서 약속을 이루고 계세요. “너는 소중하다.” “내가 너와 함께한다.” “너의 삶에 좋은 길을 열어 줄 거야.” 이 약속들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아주 짧은 상상을 해 볼까요?
만약 오늘 밤에 네 방 창문을 살짝 열어 두었는데, 아주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와 커튼을 살짝 흔든다고 느껴진다면—그 바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지 않을까요? “오늘도 잘했어. 내일도 함께하자.” 네가 그 말을 믿고, 내일 작은 친절 하나를 선택한다면, 그건 바로 오순절의 바람이 네 삶에서 다시 시작되는 순간일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날의 다락방처럼, 오늘의 우리 집에도 하늘의 바람은 불어올 수 있다고요.
그날의 제자들처럼, 오늘의 우리 마음에도 하늘의 용기는 자리 잡을 수 있다고요.
그리고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너의 가슴에도 작은 불빛 하나가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고요.

자, 이제 우리 하루를 시작해 볼까요?


“성령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함께해 주세요.
제가 한 가지 좋은 일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진실을 말할 용기, 친구를 먼저 챙기는 마음,
그리고 감사하는 눈을 주세요.”

그렇게 인사하고 시작하는 하루는 분명히 다를 거예요.
그날 예루살렘에 불었던 바람처럼, 보이지 않아도 하늘의 바람이 너와 함께 불 것이니까요.

반응형